BOOK 시장 불변의 법칙
나는 수학이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숫자를 사용하는 뇌가 따로 있다. 남들보다 숫자를 편하게 마주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이런 부류에게 숫자는 지표로 표현되기도 하고, 심리로 읽히기도 하고, 가장 단순하게는 계산과 계산식으로 쓰고 읽고 해석하는 기본적인 도구다. 수학적 재능이 빈약한 이들은 숫자로 표현하는 자체를 어려워한다. 지표를 보고 해석하기 어렵고, 계산의 심리는 더더욱이 미지의 영역이다.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나 같은 사람에게 주식과 경제, 재테크에 관한 책은 어렵다. <어떤 하락장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 불편의 법칙>은 수학과 숫자에 약한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책이다. 외계어다.
다만, 수학과 "수학적 사고"는 다른 것이라서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 하락장과 투자 심리는 수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이해해야 한다. 전문용어나 지표는 봐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저자가 말하는 투자 심리는 충분히 공감하고 삶에 적용할 만 하다. 이런 이해로 책의 내용을 보면 저자의 의도와 책의 주제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실제 투자는 못한다. 의도만 파악한 것이므로.
책의 첫머리에 저자는 다음과 같이 썼다.
이 문장이 핵심이다.
라고 끝내면 안 되겠지만, 저자의 의도는 여기에 있다. 남들이 떠벌린 그 "정보"라는 것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들의 탁상공론이 옳다면 이미 많은 이들이 투자 성공을 이루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다 알다시피 증권가 찌라시(?)는 늘 넘쳐나고 무슨무슨 전문가라는 이들이 종이를 넘어 이제는 화면에서 이미 넘쳐나고 있다. 누가 성공했는가? 누가 그들 덕분에 투자에 성공했다고 증명하는가? 별로 없다. 심지어 시간이 조금만 흘러도 전문가들의 주장은 거의 틀렸다는 게 입증된다. 가장 큰 증명은 시퍼런 숫자가 가득한 자신의 투자 결과일 것이다. 현장이 이러니 저자의 말도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저 말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이 책의 핵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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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현상에서 쏟아져 나오는 가짜 신호와 진짜 신호를 어떻게 구분하는가?
저자가 말하는 23가지 실제 법칙은 다음과 같다. (목차가 답이다)
<1장 최대주주가 바라보는 시장의 미래>
저자는 현장의 눈과 귀를 강조한다. 이론과 주장, 논리는 현장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 현장에서 투자의 결과에 가장 신경 쓰는 사람, 가장 노력하는 존재는 누구일까? 분석가? 전문가? 아니다. 그 기업의 오너, 최대 주주다. 따라서 최대 주주의 입장에서 기업을 봐야 한다. 기업의 움직임을 기업 바깥의 사람이 내놓은 해석에 맡길 수 없다. 기업의 움직임을 최대 주주의 논리로 접근하고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의 장점은 과거의 여러 지표를 들이대며 해석하고 증명한다는 데 있다. 이것은 대단한 장점이다. 데이터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도록 끌어가기 때문이다. 해서 철저하게 과거 데이터다. 시중에는 소위 "미래 데이터"가 많다. 정확하게 짚자면 미래 데이터가 아니라, 희망 데이터라고 봐야 한다. 이에 반해 저자는 과거의 지표를 주장의 근거로 삼아, 지표가 반복되고 있는 지점을 찾으라 한다. 그것이 최대주주가 움직인 족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단한 장점이다. 다만, 나처럼 수학 재능이 없는 사람에게는 곤욕이다. 이 지표가 도대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해서 나는 책을 사진 찍지도 않았다. ㅡ.,ㅡ;; 내 똥고집이다. 나름의 반항이랄까. 나는 뼛속까지 문과여서, 이런 소심한 반항(?)이라도 해야겠다. 이런 내가 솔직하게 말하고 싶은 것은, 저자가 제시하는 현실 지표가 이해되지 않는 사람은 주식이나 환율 등 지표가 중요한 투자는 하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하겠다는 점이다.
어쨋든 핵심은 이것이다. 지표를 대하되, 최대주주가 되어 읽고 해석하라는 점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2장 금리는 어떻게 시장을 지배하는가>
책의 또다른 강점은 단지 주식이 아니라 금리와 금, 원자재 등의 투자에 대해서도 사실적인 설명을 한다는 점이다. 주식투자와 비슷한 환율 투자, 금리 투자, 금이나 원재료 투자 역시 전문가들의 분석보다 연관 기업의 투자 심리를 따져봐야 한다. 금리가 오르면 부채가 큰 기업은 당연히 손실이 커진다. 신규 자금 확보도 자연스럽게 어려워지니 경영 악화에 이르게 된다. 이렇기에 시장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안타깝게도 희망고문이 대다수다. 특히나 미국 금리에 따라 출렁거리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금리에 대한 낙관은 자칫 잘못하면 나락에 내몰린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대심리로 상황을 분석하려는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그건 심정일 뿐, 현실이 아니다. 현실이 아닌 것은 허상인데 허상에 투자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저자가 여러 번 강조하듯 "역발상 투자"는 결코 쉽지 않다. 심리적 요소는 생각보다 힘이 세다. 저자가 강조하는 "금리에 따른 몇 가지 사실적 현상"을 면밀하게 따져본다면 리스크 속에서도 투자에 성공할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다만, 그 가능성을 내 것으로 만드는 이가 적을 뿐이다. 이는 보편적 투자 방식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리에 따른 현장 이해와 철저한 검증만이 위기 속에 숨은 기회를 잡게 한다.
<3장 금과 원자재 매매 타점의 법칙>
책을 읽으며 여기까지 왔다면 박수를 쳐야 한다. 경제 전문 용어가 날아다니고 거기다 약자와 약어가 빈번하게 사용되기에 초보자들은 정말이지 눈이 돌아가고 머리가 땅에 박히는 경험을 할 것이다. 물론 용어에 익숙하고 지표가 친근한 수학 재능러에게는 참 좋은 조언, 실제적인 내용들이라고, 감히 추천한다. 이런 말을 줄줄이 하는 이유는 3장은 또다른 세계이기 때문이다. 공통점이라면 금이나 원자재를 다루는 주체가 "기업"이라는 점, 기업이기에 결국 지표와 분석이 나올 수밖에 없고, 누군가는 그것을 충분히 읽고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누군가가 당신이기를 빈다.
원자재 시장은 한 마디로 "믹스"다. 애들 말로는 "끝판왕"이라고 하더라. 여기엔 기업의 행보와 금리, 환율이 더해져야 하고, 무엇보다 원자재 생산국의 정치/경제/외교 상황까지 끌어당겨서 봐야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영어가 보편화(?) 되어서 생산국도 영어로 찾아볼 수 있고, 그 나라 지표도 영어로 나와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정치와 외교는 미디어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기에 여러 미디어를 종합해 봐야 한다. 물론 영어로 말이다. 투자 현장이 이러니 끝판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학 재능에 이제는 언어 재능까지 더해져야 한다.
그래서 더 확실한 투자 성공이 가능하다. 비록 그 과정이 좁은 문이라 하더라도.
이 챕터에서 저자의 혜안이 빛을 발하는데,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다 잡으려 하지 말고, 놓치지 말아야 할 몇 가지 핵심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구리와 금의 관계, 구리와 전기차 시장의 밀접한 연관 등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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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용어가 난무하지만, 실제 사례가 많고 무엇보다 저자의 "비유"가 탁월해서 이해의 수준이 현실적이다. 뜬구름 잡는 식의 개념적 막막함이 많이 사라진다. 다만, 앞서도 말했지만 "이해"와 "실제 투자"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이해한 것을 검증해야만 투자라는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투자의 기본은 근면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부지런히 시중 분석과 지표를 살펴보는 정도라면 겨우 체면 치레 한 정도일 뿐이다. 저자를 통해 깨닫는 투자의 근면은 기업의 실제 움직임을 파악하려는 시도들이라 하겠다. 남들이 내놓은 지표나 분석은 너도 나도 다 보는 일반적인 정보다. 이것으로 만족해 한다면 고작 이 수준, 남이 분석해준 것을 따라가는 수준일 뿐이다. 투자에서 이런 태도는 투자 성공이 아닌, 추락으로 결론될 가능성이 높다. 현실은 다들 이 수준에 머물러 남들이 낸 분석만 보며 막연한 희망으로 하락장을 마주하고 있을 뿐이다. 게으른 태도는 어디서도 먹히지 않는다. 진짜 시그널은 근면한 눈에만 읽힌다.
투자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사람이 하는 일은 대체로 비슷하다.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정직한 과정을 거친다면 결실은 당연하다. 그 결실이 크건 작건 간에 "사실"은 결실한다, 결실했다는 점이다. 누워서 떡 먹겠다는 식으로 대충 감 잡으며 투자했다간 쪽박이다. 이것도 "사실"이다. 나는 이 "사실"들에 전적으로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