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계획이고, 다른 하나는 미친 지속성이다. - [거인의 노트] 중, 김익힌 저.
1.
전지현이 예뻐, 내가 예뻐?
요즘이야 카리나가 예뻐, 내가 예뻐-이겠지만, 나 때만 해도 원탑은 전지현이었다. 관물대 하이바 속에는 전지현의 사진을 넣고 다녔는데, 좋아서라기 보다는 그냥 예뻐서였다. 군바리는 대충 이런다. 어쨌든, 연애를 하거나 썸을 타다 보면 남자는 한 번쯤, 이런 위기의 순간을 만난다. 이럴 때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2.
간댕이가 부어서 나는 이렇게 대꾸했다. 말이 되는 말을 하라는 하찮은 표정으로 "내가 너를 좋아하는 건 맞지만, 예쁜 건 사실 전지현이 더 예쁘지. 내가 이래뵈도 꽤 객관적인 사람이야. 그러니까 예쁜 건 전지현이 더 예뻐. 그래도 나는 네가 더 좋지. 오빠 완전 객관적이야."
이러고도 살아남은 나는 수호천사가 지켜주셨던 것일까.
3.
나 완전 객관적이야. 이 소리가 내 딴에는 참 멋진 말이었고, 무게감 있고 신뢰가 가는 말이었다고 나는 생각했더랬다. 말 그대로 나는 쫌(!) 객관적인 사람이다. 내가 잘생긴 외모가 아니라는 점도 나는 정말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있고, 잘생기진 않았지만 그래도 호감형이라는 것도 나름 잘 인지하고 있다. 어디가서 첫 인상으로 꿀려본 적은 없는데, 다만 이 중년이 되니 자글자글한 주름과 시커먼 피부톤, 더 진해지는 블랙헤드 등이 아쉬울 뿐이다. 누가 나에게 "목사님 잘 생기셨어요." 해도 나는 믿지 않는다. 나는 객관적이니까.
4.
내가 이해하는 나는 의미가 중요한데도 재미가 없으면 못 견디는 스타일이다. 하수는 재미를, 중수는 의미를, 고수는 의미와 재미 둘 다 추구한다 하니, 나는 고수를 바라는 중수 정도 되겠다. (역시 나는 객관적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의미 자체를 재미로 삼기도 하겠지만, 나는 아직 그 경지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설교를 할 때도 아재개그 같은 같잖은 유머라도 한두 번 구사해야 하고, 먹혀들지 않으면 짜글짜글한 주름으로 웃는 얼굴이라도 해보는 이유는 의미에 재미가 덧입혀져야 하기 때문이다. 재미가 없으면 견디기 힘들다.
5.
재미가 없으면 지속이 어렵다. 나만 그런 건 아닐 테다. 아무리 의미가 깊은 설교여도 가볍지만 재미있는 설교를 못 따라 간다. 보편적으로 그런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의미에 깊이 잠기느라 설교 내내 끄덕이며 안 자는 척 했던 적이 한두 번이던가. 재미가 없으면 귀에 안 들어온다.
6.
요즘 베셀이라는 [거인의 노트]를 공동체에서 독.기 3차로 시작했다. 한국 최초 기록학자라는 저자의 글은 기록의 실제적인 면들을 직설적인 어투로 빠르게 이어간다. 이런 책은 속도가 빠르다. 그래서 오히려 남는 게 없는 위험성도 있다. 그래서 해보는 기록이다. 나름대로의 이 기록은 철저히 나의 재미를 위해서다.
7.
저자가 말하는 미친 지속성. 이것을 저자는 기록하는 습관으로 가능하다고 말한다. 지속하려면 기록해야 한다. 기록이 루틴으로 자리잡아야 하고, 기록으로 내 삶의 루틴을 형성하고 점검해야 한다. 기록이 아니면 루틴은 어렵다. 어느 정도 "흐름"은 되겠으나 루틴은 못 된다. 문제는 루틴이 지겹다는 점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나는 지겹고 재미가 없으면 견디지 못한다. 루틴이 되려면 적어도 의미의 1/10이라도 재미가 있어야 하고, 이 재미가 의미를 툭툭~ 건드려야 한다.
8.
너무나 쉽고 보편적인, 루틴에 재미를 입히는 법 하나는 "체크리스트"다. To Do 리스트를 몇 줄 적어 놓은 다음, 하나씩 완료 할 때마다 체크 한다. 찍찍 취소선을 몇 번 시원하게 휘갈기던지, 날렵한 v 표시를 해 보던지, 색연필이나 얇고 진한 사인펜으로 완료 체크를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즉 재미가 생긴다. 여기에 하나 더 Tip을 붙이면, 자기 보상을 해 보는 것이다. 하루 10개 리스트 중 10개를 다 했다면 그날 저녁에는 붉은 뚱캔 코크를 원샷~ >,.< 키야~ 남들은 맥주로 할 테지만 나에게는 코크다. 또는 사고 싶었던 것의 종자돈을 모으는데 5,000원씩 적립을 한다거나. 이런 재미를 덧입히는 것이다.
9.
큐티를 하지 않으면 아침을 먹지 않는 식의 루틴도 있다. 먹기 위해서 하는 큐티가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왔을 때의 스릴(?)이란.
10.
하찮은 것 같아도 이런 작은 Tip들이 종종 꽤나 거창한 일들을 가능하게 한다. 작지만 미친 지속성을 담보하는 이런 일들은 중요하다. 운동이나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 재미가 붙으면 숙달이 생긴다. 숙달은 시간단축을 가져다 준다. 결국 같은 시간을 더 알차게, 더 풍성하게 사용하게 한다. 삶이 달라진다. 이런 태도는 한두 개쯤 해 봐야 "안다". 알면 달라질 수 있다.
---
월요일 저녁인데, 오늘 독서 100p 아직 못 채웠다.
그만 끄적거리고 독서한 후에
콜라 마실 테다. 이글이글
/덕분에 콜라 중독 같아... 치킨으로 바꿀까... 둘 다 할...
/전지현으로 시작해서 콜라가 되는 이 전개는 무엇..
#거인의노트 #book
#우리다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