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미
군자성인지미 불성인지악 소인반시
君子成人之美, 不成人之惡, 小人反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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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사람 참 별로야. 나빠. 못됐어. 이렇게 남을 흉보는 일이 관계 안에서 많아지면 좋지 않다. 나는 이것을 지식으로는 알고 있었으나 체험적으로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2.
같아지지 않으려면 흉이라도 봐야 한다는 게 그동안 나만의 지론이었다. 워낙에 조직의 불합리에 순응하지 못해 자주 부딪혔고, 잘못된 것과 거리를 두긴 해야 했는데 가장 손쉬운 방법이 흉보기, 대들기였다. 이게 나의 부정성(클루지) 중 하나다.
3.
이런 나를 안타까워 하시던 주님은 주변에 지혜자들을 많이 보내주셨다. 형 같은 친구, 올곧은 선배, 존경스러운 목사님. 무엇보다 사랑해주시는 성도님들을 만나게 하셔서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라” 나쁜놈들에게 집착하지 말고 내 갈 길을 잘 가라는 따스한 배려를 주셨다.
4.
나쁜놈들이 많다. 참 많다. 그런데 나쁜놈들이 꼭 “절대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 그토록 야비했던 이가 집에서는 정말 성실하고 상냥한 아빠였고, 조직 위계의 힘으로 누르려는 이가 그 위계를 빠져나오니 본연의 선함을 이뤄가려 애쓰기도 했다. 무엇보다 내가 니쁜놈들이라 했던 이들은 나를 보며 못된놈이라 했으니, 그나 나나 도낀 개낀일 뿐이었다.
5.
물론 끝까지 나쁜놈들이 있다. 알면서도 작당하는 모략이 있고, 자기 이득을 위해 구덩이를 파고 시시때때로 딴지 거는 이들이 있다. 객관적으로(?) 봐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이들,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는 악이 있다. 그래서 해야 할 일은 그들과 같아지지 않으려 욕하고 흉보는 게 아니다. 물론 욕하고 흉볼 수 있다. 필요한 일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잘 따져봐야 한다. 과유불급이다. 내 삶이 불평으로 채워지지는 않아야 한다.
6.
나는 좀 더 올바른 길을 가야했다. 그게 내게 주신 사랑의 가르침이었다. 내 불평을 한참 듣던 분은 사랑스럽게 나를 받아주시면서도 선을 그었다. 나의 부정성이 자신에게 옮겨가서도 안 되고 당신 앞의 나도 불평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불평과 원망을 다 듣고 담으면서도 “동조” 하지 않았다. 성숙한 선 긋기다.
7.
군자는 타인의 선을 이루고 악은 이루지 않는다는 논어의 한 구절. 소인은 꼭 그 반대로 한다는 꼬릿말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속좁은 소인배여서 나는 이 말이 아프다. 소인배의 껍질을 알면서도 깨기 어려워 나는 이 말이 사무치도록 아쉽고 무겁다. 여전히 말은 흉보는 데 쉽고 칭찬과 인정에 멀다. 대안과 실천에는 게으르다. 속이 후련하도록 욕지기를 해대야 하는데, 사실 듣는 이는 그가 아니니, 나는 고작 인정에 목말라 있을 뿐이었다.
8.
줄탁동시. 이런 단단한 껍질을 밖에서도 안타까우셔서 주님은 성숙한
벗을, 선후배를, 스승을, 성도를 보내셔서 두드리시나 보다. 갈 길 멀지만 포기하지 않으시는 사랑에 다시 일어서 또 걷는다.
9.
군자성인지미 불성인지악. 비슷한 맥락으로 이 말은, 누구에게나 내재하는 선(은총)을 깨닫고 그것을 이루도록 돕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내 안에 옳음과 정의가 있어 올바름을 지향하듯 나쁜놈들에게도 그 안에 옳음(절대선)이 있다. 나같은 죄인에게 주신 은총이 너에게도 있다. 나만 구원받을 게 아니라 너도 구원받기를 원하시기 때문이다. 해서 옳바르다 하고 싶은 이는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의 옳음에 책임져야 하고, 너의 옳지 않음이 성취되지 않도록 두드리고 대화하며 희생해야 할 책임이 있다. 우리 신앙은 이 길뿐이다.
정죄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또 다른 악을 성취할 뿐이다.
10.
흉보고 정죄하고 불평하는 일의 가장 큰 아픔은 내가 사랑하는 이들,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나의 정죄와 불평에 물들 수 있다는 점이다. 심성이 착한 이는 더 싑게 물든다. 그게 누구냐고? 가족이다. 가족처럼 다가온 성도님이다. 가족처럼 가까운 벗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너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흉보는 일에 선을 그어야 한다. 성숙은 정죄가 아닌 사랑으로만 이뤄진다. 내가 좀 더 온전하누사랑과 성숙을 향해 간다면 그 자체로 답이 되고 기준이 된다. 나쁜놈들도 이 기준을 다 안다. 나쁘면서도 그런 이를 칭찬한다. 인정한다. 선한 영향력은 이렇게 발생하고 확장되는 것임을 잊지 말자고,
나에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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