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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

2022. 9. 19

지금은 연쇄 창업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풍성해지면서 꼭 창업자가 아니더라도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에서 풍성한 경험을 쌓은 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죠. 스타트업 경험을 쌓은 분들이 연쇄 창업을 하게 되면 창업 초기 시행착오를 덜 겪을 수 있어 창업을 하는 개인 입장에서도 성공의 확률을 좀 더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 EO 기고 중 발췌, 김영인 가지랩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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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설교는 아무리 잘 준비해도 어려웠다. 특히나 청중이 적을 때는 더 그랬다. 한 명을 앞에 두고 몇 달이 넘도록 예배한 경험이 세 번 있다. 베트남에서 집사님 한 분과 3개월 정도를 그랬었고, 그보다 더 전에 구리에서 개척교회를 할 때는 2년 동안 한 명의 성도 앞에서 매주 예배했다. 2년을 버텨준 이는 아내였는데, 도망가지 못하는 처지였다고 하는 게 더 어울릴 수도 있다. 가장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완전 봉쇄되었던 작년 호치민에서였는데, 카메라 너머 누가 있는 지도 모른 채 쉴 새 없이 떠들어야 했다. 그래도 이런 경험들이 켜켜이 쌓여 더 나아지긴 했을 테다.
2.
시행착오. 남의 것이 고스란히 다 내 것이 되지 못함에도 남의 것을 복사하려다 나를 잃고 마는 일이 많다. 교회도 다르지 않다. 잘 갖추어진 양육코스나 제자훈련, 성경공부 등, 중대형교회의 구조는 몇 명 되지 않는 미자립 교회에는 맞지 않다. 흡사 두어 치수 큰 옷을 허벙벙하게 입은 것처럼 되고 만다. 여러 차례 이런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3.
하려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필요한 것은 하지 않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것이다.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으며 얻은 지혜가 이것이다. 하지 않아야 할 것을 하지 않는 분별. 베트남에서는 그 흔한 성경공부를 할 수 없었다. 해서 하지 않아야 했다. 물론 구성원 분포에 따라 적절해야 하겠지만, 무턱대고 성경공부GBS부터 밀어붙이면 사람들이 남아나질 못했다. 특히나 2년 정도 후에 다시 귀국해야 하는 주재원이 구성원의 80%가 넘었던 베트남 선교센터의 상황이 그랬다. 주재원으로서 해외 체류 중 교회를 찾아 나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미 많은 성경공부를 거쳐온 교회베테랑들이셨다. 해 아래 새 것이 없다 했는데, 나에게 뭐 대단한 게 있어서 다른 교회와 차이 나는 GBS를 진행할 수 있었겠나.
4.
주중에 바쁜 이들을 쪼아대면서 성경 공부하는 것은 호치민이라는 현장에서는 무리수였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몇 번을 시도하다, 안 되는 결과를 다시 겪은 후 정리했다. 성경공부는 하지 않는다. 하지 않을 것이 확실해지니 해야 할 것이 분명해진다. 겨우 주일에만 교회에 올 수 있는 것이 성도의 현실이라면, 교회에 오는 그 순간을 최고로 채워야 한다. 예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5.
이렇게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야 우리는 교회다워질 수 있었고 다른 교회와는 다른, 우리 교회일 수 있었다.
6.
스타트업의 내용들을 들여다보면 교회가 배울 것이 많다. 스타트업은 시대에 특성화된 생존체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가 마케팅과 경영을 무턱대고 따라갈 수는 없으나 세상과 맞닿은 교회이기에 배우고 알고 활용해야 할 것들이 있다. 스타트업을 살아가는 사람들 역시 동시대의 성도이겠고, 그들이 사는 세상에 교회가 있기 때문이다.
7.
가지랩의 젊은 CEO 김영인 씨는 EO의 기고 글에서 창업의 경험이 갖는 이점을 시행착오에서 찾았다. 무엇보다 사람이 전부인 스타트업 생존에서는 함께 일하는 동료에 대한 시행착오가 적을수록 좋은데, 신뢰할 수 있는 전 직장 동료들이 스타트업 창업맴버로 고스란히 참여하는 환경을 만들면서 이를 해결했다. (사실 나는 가지랩이 무엇을 제공하는지 모른다. 다만 이 글이 나에게 도움이 된다) 이들은 스스로 말하기를, 분명한 목표를 서로가 공유한다. 이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고, 해야 할 것에 함께 전력투구하는 것으로 현실화 된다. 이런 식으로 시행착오를 최소화 한다.  
8.
교회가 세워지는 긴 여정에는 사람들이 오고 간다. 와서 머무는 이들보다 왔다가 가는 이들이 더 많다. 이런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목사는 불안해진다. 가는 사람 붙들어보려고 이것저것 가져다 붙이고 엮고... 어지럽다. 어지러우니 남은 이들도 흔들린다. 함께 멀미하다 모두가 지치는 경우가 생긴다. 차라리 하나를 힘쓰고 하나만을 잘하는 게 나을 수 있다.
9.
나는 예배를 잘하고 싶다. 여기서 잘한다는 의미는 무대가 그럴싸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은 오히려 믿음을 왜곡하기 쉽다. 예배를 잘한다는 것은 찬양 한 곡을 불러도 전심인 것, 진심인 것을 말한다. 주시는 말씀을 평가하듯 팔짱 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심으로 내 마음에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가 설교자여서가 아닌, 내가 먼저 말씀에 담아지고 싶다. 설교를 꽤 잘하려 하기보다 한 사람의 청중이어도 그것에 전부일 수 있는 예배자이고 싶다. 나 혼자 원맨쇼하지 않고, 수줍은 성도들이 어설프나마 진심이어서 함께 참여하면서 “우리”라고 말하고 싶다.
10.
시행착오. 물론 그것조차도 주님은 넉넉히 받아주실 것이다. 하지만 실수를 반복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실수가 아니다. 어제의 예배를 돌아보고 꼼꼼하게 따져본다. 어수선함 속에서 흩어졌던 마음을 짚어낸다.
주님, 더 나은 예배가 되길 원합니다. 부드럽게 인내하되 해야 할 최고의 예배를 몸으로 담아내고 싶습니다. 몸으로 담아 함께 하는 이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그렇게 주고 받으며 너와 내가 “우리”라고, 우리가 “교회”라고 함께 노래하고 싶습니다.
#우리다시교회 #reStartCHU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