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한 보상과 실제 받은 보상 간의 차이, 즉 예측 에러에도 반응하여 분비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지식에 대한 에러를 처벌하지 않고 오히려 보상한다는 얘기인데, 이것이 인간과 동물이 확연히 구별되는 점이다. 다시 말해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뇌의 자연스러운 도파민 보상을 활성화하는 것이니, 이제부터는 잘못을 알게 됐거든 얼른 인정하자. 은근슬쩍 넘어가지 말고 진심으로 깜짝 놀라자. 이것이 과학적으로 놀람 신호를 활성화 하는 행동이며, 뇌의 보상(도파민 회로의 활성화)을 흠뻑 받게 될 것이다.
-[난독의 시대] 중. 박세당
---

난독의 시대. 박세당. 박세호. 다산스마트에듀.
1.
왜 잘못한 거를 인정하지 않아요? 미안하다고 쉽게 말하고 툭툭 털면 모든 게 새로워지는데. 이런 식으로 제법 끈질기게 설득했는데도 그는 돌아섰다. 살다보면 별별 일을 다 겪기에, 미안한 일이 생기면 빠르게 사과하는 것이 가장 빠른 회복이다. 다만 이게 위계나 경쟁 관계라면 말이 달라진다. 사과는 실패이고 패배를 뜻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는 실수를 인정하면 패배한다고, 자존심이 상한다고 여겼던 것 같다. 끝내 연락을 끊고 피해다녔다. 벌써 오래 된 일이다.
2.
목사는 갑이 아니라 을이어서, 이게 목사의 본래적 정체성이어서 교인과는 갈등이 생긴 것 자체로 마이너스다. 내가 옳아도 그를 잃고 내가 틀렸다면 더욱 그를 잃는다. 너 말고 다른 교인 많으니 너 하나쯤 다른 교회 가도 된다, 는 못난이 마음을 드러내면 그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떠난다. 그래서인지 목사는 조심스럽다.
3.
할머니 권사님은 어설프고 혈기가 거센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목사님 다 잘하려고 하지 마. 그러면 적이 많아져. 절대로 적을 만들면 안 돼. 친구 열이 있어도 적 하나를 해결하지 못해.” 내 손을 잡고 부드럽게 감싸주시며 하신 말씀이다. 그랬는데도 나는 좌충우돌, 여기저기에서 죄다 들이받았다. 참 못났다.
4.
다만 성도에게는 그저 감사함과 죄송함이 앞섰다. 목사는 종이라는 가르침에서였는지, 성도와 싸우고 손해보는 분들을 많이 목격한 경험 때문인지, 나는 성도에게는 늘 죄송했고 늘 감사했다. 이런 나를 목사라고 불러주시고 대우해 주시는 게, 그 자체로 기적이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갈등이 생긴다. 실수가 생기고 의도와 다른 결과, 오해가 일기도 한다. 그럴 때는 무조건 “사과”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내 잘못이 아닌 게 없다. 내가 좀 더 세심하고, 내가 좀 더 지혜로웠다면, 내가 좀 더 관심을 기울였다면 상황이 조금은 달라졌을 거 같아서, 죄송하다고 해야 마음이 편했다. 일단 관계시스템인 공동체에서 갈등은 오래 가지고 있을 것이 못 된다. 계속 아프다. 나도 그도.
6.
[난독의 시대] 저자는 읽기와 지식욕을 설명하면서 지식욕이 식욕, 성욕과 같은 본능적 욕구라고 말한다. 뇌의 도파민 보상 체계가 식욕으로 만족할 때, 성욕으로 만족할 때와 동일하게 작동한다는 근거로, 뇌의 지적욕구 보상이 매우 중요한 것임을 설명한다. 이 책, 진짜 재미있다. -> 이러면 도파민이 발생한다. 오호라~
7.
이런 뇌의 보상 시스템 중에 “놀람”이 있는데, 이는 뇌의 예측과 현실 결과의 차이에 대한 반응이다. 이 놀람에 도파민이 발생한다. 즉, 예측의 어긋남을 벌하지 않고 오히려 보상한다. 그래서 잘못을 인정하고(예측 실패 인정), 놀람으로 받아들여 수용하면 스트레스가 아니라 도파만이 주어진다. 이러면 실패에서 배운다. 잘못으로 성장한다. 실수가 용납이 되고 도전이 쉬워진다. 도파민은 이 모든 상황에서 보상으로 주어지며 뇌는 더 즐겁게 도전하고, 무모하게 예측하며, 결과값의 차이로 오히려 배우고 더 성장하기 때문이다.
8.
이를 “잘못을 인정하는 재미”라고 요약해 본다. 핵심은 잘못을 인정할 때 뇌는 오히려 더 배우며 성숙해진다는 점이다. 반대로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온다. 우울해지고, 그 잘못에 붙들린다. 짜증난다. 나선형 하강이다. 서서히 외로워진다.
9.
하나님은 잘못을 수정할 기회를 주셨다. 뇌를 만드신 분답다. 회개가 어려운 이는 고집스럽다. 그런 이들 곁에 오래 머물면 피곤해진다. 고집을 부리기 때문이다. 뇌의 보상체계로 볼 때 회개는 즐거운 일이다. 새힘이 생기는 일이다. 기꺼이 스스로를 돌아보며 날마다 성장하게 하시는 은혜의 길이다. 회개하면 뿌듯하고 감사하고 가벼워지는 이유가 생물학적으로 본다면 이것이다. 뇌의 보상체계. 놀랍다.
관계도 그렇다. 우리는 정죄하고 비난하지만, 그런 이들을 볼 때마다, 혹은 나 스스로가 그럴 때마다, 뇌의 상태가 온전치 못하다는 것으로 인지해야 한다. 온전히 행복해지기 위해서 너와 나는 실수를 용납하고 지지하고 격려해야 한다. 충고하고 제시하는 것도 용납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면 나를 대하는 그의 뇌에 도파민이 보상된다. 그는 나를 신뢰하게 되고 너와 나는 한 뜻이 된다. 그래서 주님은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나 보다.
10.
부부가 서로에게 미안하다고 편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가 미안하다 하면 넉넉하고 부드럽게 받아줄 수 있어야 한다. 서로의 잘못을 서로가 인정하면 (회개하면) 우리 뇌는 춤 춘다. 그렇게 만드신 분이 그렇게 이끄신다.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진지하게 말해주고, 아이가 잘못했다 할 때 더 분을 내지 말고 사랑스럽게 용납해야 한다. 엄한 것은 그 다음이다.
미안하다는 말이 어려워졌다면 행복을 위해서라도 빨리 돌이켜야 한다. 나의 옳음으로 행복해지지 않는다. 뇌가 그러지 않는다고 하잖는가. 미안해서 더 고마워하는 삶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