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당신에게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일부 일그러지고 부끄러운 교회나 교인들 때문에 기독교의 신이 원래 바랐던 푸른바람의 나라까지 내다버리지는 말아 주세요. 언제나 그렇듯이 좋은 것일수록 ‘짝퉁’이 많은 법이니까요. - [푸른바람이 너를 기다려] 중, 서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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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치민에는 우리가 SS 면세점이라고 부르는 곳이 있다. 거기엔 세상의 온갖 명품들이 매대에 널려있다. 나이키는 흔하고 고야드, 디올, 발렌시아가도 보인다. 그냥 주워도 노스페이스다. SS면세점은 신세계다. 종종 보이는 예쁜 여성들(승무원)을 잘 따라다니면 A급의 매대에서 초특 SS급을 구할 수도 있다. 여기는~롯데ㅇ.. 사이공스퀘어다.
2.
짝퉁이 흔한 나라. 산속에서 허름한 수동 바이크를 타고 나오는 아주머니의 등짝에 구찌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중국을 무지 싫어하면서도 중국과의 물류가 가장 많아 중국산, 베트남산 짝퉁이 흔하디 흔하다. 재미삼아 버버리 스카프 몇 개 사서 선물로 드리면 짝퉁인 줄 알면서도 좋아한다. 덕분에 나는 7년 내내 나이키를 신었다.
3.
재미있는 것은 사이공 스퀘어 바로 건너편이 호치민에서 가장 비싸고 고급이라는 타카시마야 백화점이다. 거기엔 똑같은 제품이 100배, 1000배 비싸게 팔린다. 만져보기도 조심스럽다. 그건 진짜니까. 길 하나 사이로 진짜와 가짜가 판을 친다. 진짜도 많고, 가짜도 많다.
4.
저자는 청소년들에게 글을 썼다. 편지를 썼다고 해야 하나? 부드럽고 정중하게 말을 거는 식으로 글을 썼고, 쓴대로 글이 말처럼 다가온다. 기독교신앙을 소개하는 이 책은 실패하면 안 되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청소년의 현실을 아파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이런 나라에 그대로 살아도 괜찮겠느냐고 묻는다.
5.
읽으면서 아들이 생각났다. 읽으면서 나의 어린 시절도 생각났다. 조심스러운 아들의 성격이 이 나라에서 괜찮을까. 꽤나 발랄하지만 발랑까진(?) 딸의 삶이 이런 나라에서 괜찮을까. 나 같은 사람도 주님이 이렇게까지 이끌어오셨는데, 괜한 걱정일까. 하는 잡생각이 이리저리 머리를 흔들었다.
6.
가르쳐야 할 것은 바르게 가르치고.
삶으로 보여줘야 할 것은 실패하더라도 보여주는
모델이 필요하다 싶다.
7.
가짜가 너무 많아져서 진짜를 몰라보는 시대이기도 하다. 하지만 괜찮다. 세상은 그럴 수 있다. 우리도 그럴 수 있다. 다만 진짜를 지향해야 하겠다. 조금씩이라도 진짜여야 하겠다. 가짜 같은 것들을 살살 털어내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가지치기도 해야 하겠다. 이런 나를 보며 “넌 진심이었구나. 진짜였구나“ 할 때까지. 무엇보다 내 주님께서 이런 나를 진짜로 빚어주시고 이끌어주시니 점점 더 그래야 하겠다.
8.
세상이 몰라본다고 속상할 수도 있다. 괜찮다. 내가 아는 그 언니는 귀신같이 진짜를 알아보고 점쟁이 같이 가짜를 구분하더라. 봐야하는 사람은 반드시 알아보더라. 서로의 필요와 서로의 격려와 서로의 유대를 위해서라도 알아보더라.
9.
가짜는 주고도 민망할 때가 있다. 핑크와 레드 프라다 반지갑을 너무 이뻐라 했던 이를 위해서 SS면세점에 가 두 가지 상품을 봤다. 모양도 같고 색도 같은데 가격이 달랐다. 하나는 너댓 배가 비쌌다. 다 같은 짝퉁이 뭐가 다른거야? 괜한 아까움?에 싼 거 가져다 주었는데, 일주일도 안 되어 뜯어졌다. 아, 민망해라.
10.
가짜는 가짜인 티를 내게 되어 있다. 본질이 가짜이기 때문이다. 봐라. 주변에 가짜가 널렸다. 가짜 뉴스는 얼마나 많으냐.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는 법이니, 속상해 말자. 가짜가 득세해도 진짜는 자기를 잃어버리지 않는다.